Interview 플랜테리어가 궁금한 당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에코의 에코(Echo of Eco)'는 에코피플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비하인드를 그들의 목소리를 빌려 전합니다.
정글이 익숙한 식물이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물과 햇빛만 있으면 어떤 식물이라도 빌딩 숲에서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에코피플 R&D팀은 이런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출범했으며 수많은 실패를 디딤돌 삼아 식물의 실내화(化) 가능성을 넓혀가는 중이다. 식물 문화라는 낯선 항로를 개척할 여정의 키를 잡은 R&D팀의 팀장 영(이하 ‘영’)과 정재근 주임(이하 ‘정’)을 만났다.
한계에 물음표를 붙이는 사람들
Q. 플랜테리어 기업에 R&D팀의 존재가 사뭇 낯설기도 합니다. R&D팀을 소개해 주세요.
영 예전의 플랜테리어가 식물을 활용해 공간을 아름답게 연출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공간을 얼마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까지 고민해야 해요. 그만큼 식물 관리에 전문적인 기술과 데이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에코피플의 R&D팀은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데이터를 실제 현장 관리 시스템에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고객에게는 더 안정적이고 건강한 플랜테리어 환경을 제공하고, 내부적으로는 현장 관리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우리 팀의 목표입니다.
정 현재 R&D팀은 저와 팀장님을 포함해 총 4명(설치팀 강지원 주임, GP팀 김수연 주임)이 함께하고 있어요.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협업하는 형태로 일하고 있는데요. 아직 팀이 결성된 지 오래되지는 않아 연구의 방향을 맞춰가며 차근차근 체계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아무리 좋은 연구 결과라도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하면 의미 없잖아요? 그래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부서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있어요. 연구 과제를 정하는 것부터 결과를 현장에 적용하는 R&D팀 업무의 전과정이 에코피플의 모든 부서와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Q. 두 분은 R&D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영 플랜테리어에 사용하는 식물이 실제 실내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지를 살피는 것을 시작으로 어떤 환경에서 가장 건강하게 유지되는지 계속 관찰하고 검증하고 있어요. 디자인팀과 새로운 수종을 찾아보기도 하고 현장에서 쌓인 관리 경험을 어떻게 데이터로 축적할지도 고민하기도 하죠. 최근에는 신제품 개발이나 새로운 수종 도입처럼 조금 더 긴 호흡이 필요한 프로젝트들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는 것들도 많고요. (웃음)
정 저는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서 식물의 반응을 들여다보는 편이에요. 어떤 조건을 주었을 때 식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변화가 왜 나타나는지를 실험하고 확인하는 일이죠. 그렇게 쌓은 생육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기도 하고, 이미 나온 제품도 더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계속 살펴보고 있어요. 그래서 실험이 잘됐을 때보다 오히려 잘되지 않았을 때 기록을 더 꼼꼼히 남기기도 해요. 실패한 원인을 알아야 다음 실험에서 같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그 기록이 결국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근거가 되니까요.
Q. 앞서 ‘실패한 실험도 기록한다’라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R&D 분야에서 실패란 어떤 의미를 갖나요?
정 완성도 높은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목표를 향한 방향만 틀리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의 실패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입니다. ‘이 조건에서는 안 된다’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다음 시도는 훨씬 정확해지거든요. 그렇게 하나씩 가능성과 불가능의 경계를 알아가는 과정이 쌓여서 더더욱 단단한 결과물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영 어쩌면 우리는 숙명적으로 실패를 안고 가야 하는 팀일지도 모르겠어요. 식물은 일정한 조건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공산품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이잖아요. 빛이나 온도, 습도처럼 예상할 수 있는 조건뿐 아니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변수에도 반응해요. 그런 식물을 연구하면서 실패를 완전히 피한다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오히려 모든 연구가 처음부터 성공하기만 한다면 가장 안전한 방법, 이미 알고 있는 방법만 반복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실패 안에서 발견하는 단서예요.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를 기록하고 원인을 찾아두면 시행착오는 다음 연구의 근거가 되거든요. R&D팀이 먼저 충분히 실패해볼수록 실제 고객의 공간에서는 더 안정적인 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플랜테리어를 위한 연구
Q. R&D팀에서 요즘 가장 공들이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영 [식물 재생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어요. 이전에는 현장에서 상태가 나빠져 회수된 식물들을 다시 관리하는 데 공간이나 보관, 관리 효율 면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어요. 특히 1.5m 안팎의 중대형 관엽식물은 회수된 뒤 폐기되는 경우가 잦았죠. 하지만 저희는 상태가 나빠진 식물도 적절한 환경과 관리를 제공하면 다시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보고 있어요. 지금은 생육 상태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여러 환경 조건을 실험하면서 식물을 안정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에코피플만의 재생 기준을 만들고 데이터를 쌓아가는 중입니다.
정 식물 재생 프로젝트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중대형 식물 한 그루가 그 크기까지 자라는 데는 꽤 오랜 시간과 많은 자원이 필요하잖아요. 상태가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폐기하는 건 낭비예요. 다시 건강하게 키워 현장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면 한 번 쓰고 버리는 대신 식물이 계속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요. 식물의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을 만드는 동시에 플랜테리어 산업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환경적 책임을 찾아가는 일이기도 해요.
Q. R&D팀의 연구들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로 돌아가게 될까요?
정 문명 안에서 우리는 늘 불편한 것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들고 상상에 머물던 것을 현실로 옮기면서 발전해 왔어요. R&D팀의 연구도 똑같아요. 식물과 사람이 한 공간에서 지내며 생기는 불편을 줄이고, 지금까지 어렵다고 여겼던 것들을 하나씩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연구의 성과가 꼭 새로운 제품의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닐 거예요. 때로는 더 나은 관리 방법이나 생육 기준, 현장을 운영하는 방식의 개선으로 나타날 수도 있죠. 식물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삶, 오래도록 식물과 함께하는 경험이 연구를 통해 고객에게 돌려드리고 싶은 가치예요.
영 에코피플의 미션이 ‘건강한 삶을 위한 식물 문화를 선도한다’ 잖아요. 저는 이 신조가 R&D팀의 존재 이유를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해준다고 생각해요. 식물을 소모성 인테리어 자재가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 바라볼 때 식물 연구의 화두는 공존이 돼요. 기술을 통해 사람과 식물이 공존할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죠. 실내에서 더 다양한 수종이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고객의 일상 속 지속 가능한 식물 문화로 이어지게 하는 게 R&D팀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모습이에요.
식물 문화의 넥스트 챕터, 공존
Q. 앞으로 R&D팀이 꼭 풀고자 하는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요?
영 내부적으로는 연구 고도화, 외부적으로는 가치 확산이라는 키워드가 향후 도전 과제예요. 실내는 식물이 살기에 제약이 많은 공간이잖아요. 그 안에서 금방 교체할 수밖에 없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치부되지 않게 식물 생육의 기술적 범위를 계속 넓혀가고 싶어요. 그렇게 실내에서 식물이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실내에서 적응하는 수종도 다양해지면 고객이 일상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 저는 부정을 긍정으로 바꿔 나가는 팀원이 되고 싶어요. 흔히 ‘안 되면 되게 하라’고 하잖아요. 일을 하다 보면 ‘안 된다’, ‘어렵다’, ‘힘들다’는 말을 마주할 때가 많은데 R&D는 그런 말 뒤에 물음표를 하나 더 붙이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안 되는 건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끝까지 확인해 보는 거죠. 그렇게 하나씩 부정문을 긍정문으로 바꿔가면서 에코피플의 다음 가능성을 먼저 만들어가는 게 제가 풀고 싶은 과제예요.
Q. 두 분은 자신을 어떤 식물 전문가라고 생각하나요?
영 사람과 식물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주는 ‘중재형 전문가’라고 생각해요. 공교롭게 제 MBTI도 ‘열정적인 중재자(INFP)’인데요. (웃음) 식물은 살아 있는 생명이라 아무리 좋은 생육 환경을 만들어도 예상과 다르게 반응할 때가 있어요. 반대로 나쁜 조건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하며 잘 살아가기도 해요. 그래서 이론만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닌, 환경과 식물을 이해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서로 건강하게 공존할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자세를 지닌 전문가가 되려고 항상 노력해요.
정 아직 스스로 식물 전문가라고 칭하기 어색한 것 같습니다. 다만 식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바라보고 존중하려는 마음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크다고 자신하는데요. 대부분 동물에게는 쉽게 감정을 이입하고 연민을 느끼는 듯합니다만, 저는 식물도 마찬가지로 귀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고 어느 것이 더 소중한지 우열을 가리고 싶지는 않고요. 반려 식물을 더 좋은 환경에서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저는 그런 사람들 모두가 이미 식물 전문가라고 생각해요.
영 제가 보기에는 정재근 주임은 이미 훌륭한 식물 전문가예요. 평소에도 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크고 무엇보다 자기가 맡은 일을 정말 즐기면서 하거든요.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좋아하고 즐길 줄 안다는 게 우리 R&D팀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일지도 모르겠어요. (웃음)